어제는 두레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어제는 두레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베이커스필드에 미국 두레공동체마을이 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대추랑, 석류랑 풍성하게
주렁주렁열리는 곳입니다. 살구, 홍자두, 청자두, 도우넛 복숭아, 재래 복숭아, 머루같은 포도, 감…
갖가지 과일이 철따라선보이는 곳이기도합니다. 그곳에는 조그마한 교회가 있고 모빌홈이 세채,
사무실로 사용하는 공장건물과 냉동창고, 그리고 교회에 딸린 주방과 간이 숙소들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10년 가까이 지켜온 조목사님 가정과 갖가지 다른 이유로 외롭고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태젼고개를 넘어가면 펼쳐지는 드넓은 벌판, 그레이트 베이진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먼지날리는
황량한 벌판, 요즈음들어 곳곳에 들어선 데어리 비지니스로인하여저녁바람이 살랑 불면, 소들이
사는 축소로부터소똥 냄새가 실려오는 곳입니다. 여름에는 너무덥고 겨울에는 안개가 지척을
분간할 수 없게끼이는 곳입니다. 이 황량한 광야같은 곳에 따뜻한 마음들이 지치고 슬픈 마음들을
보쌈아 안아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두레마을 덕분에 저는 대추를 실컷 먹습니다. 어릴 때 우리동네 어귀에 서있던 대추나무에서 보던
대추랑 비교하면주먹만큼 큰 대추입니다. 제가 사과같이 크다고 말했더니 그렇잖아도 능금대추라
했습니다.
제가 자라던 고향 충청도 대전, 그 중에서도 촌동네 서대전 용두동. 우리집 골목이 T자로 끝나는
곳에 석화네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의 담 안에는 커다란 대추나무가 있었습니다. 팔구월
비바람치는 태풍이 지나갈 때면 아침마다 남 몰래 일찍 일어나서 그 집 담벼락 밑에 가보았습니다.
운 좋은 날에는 빨갛고 초록색이 반반 섞인 대추를 하나 주울 수 있었습니다. 꿀같이 단 대추를 딱
소리나게 갈라먹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젠가 하늘이 정말 파아란 가을 날, 석화네 집
툇마루에 몇명의 아이들과 함께 앉아있었습니다. 우리 또래 석분이가 꽃밭에 열린 석류 세개
중에서 하나를 따더니 손으로 갈라서 투명한 빠알간 씨앗들이 보이는 쪽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것을 집에들고 와서는 보석을 떼듯이 하나씩떼내어 정성껏 아껴 먹었습니다. 이처럼 한이맺힌
대추와 석류가 흐드러지게 있는 곳이 두레마을입니다.
두레마을에는 대추가 낮고 작은 가지에 부러질 듯이 쏟아지게 열립니다. 손만 대면 따서 먹을 수가
있습니다. 석분네집 키가 큰 대추나무는 가을에 작대기를 가지고 쳐서 거둬들입니다. 추수하는
날에는 온동네 꼬마들이 모여듭니다. 장대에 맞아서 땅바닥에 떨어져 갈라진 대추를 서넛
주워들고는 쏜살같이 내뺍니다. 우리네는 골목에 모여 누구 대추가 더 크고 잘 익었는가
비교하면서 수확을 뽑냈습니다.
두레마을의 석류는 너무 많아서 추수도 안된 채 길바닥에 떨어져 버려져있습니다. 보석같은 그
많은 빨간알들을 한 주머니씩 과즙기에 넣어 쥬스를만들어 먹습니다. 왠지 너무 아깝습니다.
사모님 성화에 못이기어 함께 저녁 식탁에 앉았습니다. 콩나물밥을 해주셨습니다. 간장에 삮인
뽕나무 잎과, 마늘잎 짱아치, 멸치볶음, 그리고 김치가 식탁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단감을 껍질
채 잘라 주셨습니다. 그 이후에는 까주시는 석류를 숫가락으로 퍼 먹다가 목사님의 설명대로
씨알이 담겨진 조각을 손으로 들고 입으로 베어물어서 먹었습니다.
석류를 까면서 사모님은 내 남편은 무한정 뻗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인데 부족한 자기를
만나서맘대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시어머니께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럼 시어머니께서 아들의

칭찬을 받으셨으니 좋아하셨겠네요라고 제가 물어보니, 아니녜요 시어머니께서는 다 네
덕이다라고 자기를 격려하셨다고 했습니다. 다시 시어머니에게 촌년이 시집 잘와서미국에도 오고
행복하게 삽니다라고 말했더니 아니다 얘야 이게 모두 네가 한일이다하면서 두 손을 꼭 잡아
주셨다합니다.
아이들 세명을 키우느라 매여있는 시간들과 하루종일 찾아오는 손님들속에 오픈된 생활공간에
지쳐서 좋아하는 수영이 생각나고 자유시간이그리워지고 힘들었답니다. 이러한 우울한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다가 어느순간, 불가능한것들을연연하고 슬퍼하기보다 주위의 가능한 것을 찾아
실행하자고 마음을 결정했답니다. 그 이후로 수영 대신 새벽에 마을을 걸으면서 묵상하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평을 끊임없이하는 공동체 함께사는 사람에게 할 수 없는 일은 그만
생각하고 할수 있는 일 중에 작은것 하나부터시작하라고 권면하여 함께 시작하니 금방
다시행복하여졌다했습니다.
마을에서서로 얘기하면서 사모님으로부터, 그 시어머니로부터 평범하면서도 당연히 맞는
진리를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지혜롭다는 것은 학력에 맞물려있지 않음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
어머님은 겨우 한글을 깨우치신 분이니까요. 사모님도 강원도 시골에서 자라신 분이지 서울의
명문대 출신은 결코 아니니까요.
지금 할 수 없는 일을 자꾸 생각하며 괴로와서 슬퍼하던 삶의 잔재를 깨끗이 털어버리는것, 이것이
어제 두레마을에서 저에게 가져온 선물입니다. 더불어조목사님도 한마디 하셨지요. 고상하지도
않으면서 고상한척 하고 살려니 피곤한것입니다. 툭 까놓고 생긴대로 살면 쉽지요.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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