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치과에 오시는 환자 분이나 손님들이 가끔씩 물어보신다

우리 치과에 오시는 환자 분이나 손님들이 가끔씩 물어보신다
”연못이 아직도 잘 있느냐?” 고..
이젠 연못이 제법 자리를 잡아간다. 주위에 심은 난과 파피루스가 자라서 그린벨트를
이루었고,잔잔한 꽃들이 연못 속으로 내리워서 자연스럽다. 물 속에 심은 수련이 때때로 봉우리를
띄워 분홍색 꽃을 피우고 그사이를 빨간 점박이들, 황금빛 노랑색 코이들이 헤엄쳐 다니는 것을
보노라면 평화스럽다.
우리 집에 물이 넉넉히 있는 줄 알고 새들이 많이 모인다. 요즈음에는 빨간색으로 목 밑에서 배까지
둘려 있는 것, 섬세하고우아한 그린색으로치장된 것 등등 전에보지 못한 예쁜 것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까만색, 잿빛으로 평범해보이는 새까지 합하면 그 수가 많아져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다. 거의 매일 내딸과 내차의 싸이더 미러에 올라가서 콩콩 소리나게 쪼아대는 것을 보니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나는 두달 전에, 그리고 내딸은 2년 전에 산 새차들인데 말이다.
나는 연못을 만들 때 5 피트 깊이로 흙을 팠다. 물이 깊어야 동물들과 새들의 공격으로부터물고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나온 흙들을 옆에 쌓아올려 언덕을
만들었다. 이 언덕에는 앵두나무, 낑깡나무, 그레이프 후루츠 나무, 그리고 잔잔한 커버링
플랜트꽃들이 있다. 잉글리쉬 쎄이지, 스페니쉬 쎄이지, 그리고 후렌취 쎄이지는 너무빨리 자라고
꽃피우니 다듬고 깍아주기가 바쁘다.
그리고 전기 펌프를 연못의 바닥에 넣었다. 물의 순환을 위해 빨아들인 물을 다시 내려보낼 때
언덕 위에서 계단식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계단을 내려온 물이 작은 웅덩이를 거쳐서 중간의
아담한 연못으로 간다.이 작은 웅덩이에는 부들처럼 생긴 물풀이 너무 억새고 크게 자라나서
라이닝 고무를 뚫어버리지나 않을 지 걱정이 되어 없앨까 고려 중이다. 조그만 화분을 살 때12불을
준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번성하여 모두 합하면300불도넘으련만 뽑아서 갖다버려야 할까보다.
연못을 파다보니 생각보다 크기가 커지고 말았다. 아마츄어라서 경험부족으로 정확도가 모자라서
생긴 일이었다. 처음에 사놓은 라이너 고무(12x15ft)가 너무 작아서 더 큰 싸이즈(15x20ft) 를 다시
사야 했다. 너무 무겁고 부피가 많은 라이너 고무 덩어리를 리턴할 수가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이
중간의 연못을 하나 더 만들었던 것이다. 이 연못에는 진분홍색의 꽃을 피우는 화려한 수련이
심겨져있다.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코이와 금붕어가 섞인 것처럼보이는
물고기(이름을 잊어버림) 두마리가 제법 크게 자랐다. 벌써 삼년이 되었나? 이제 이곳을 지난 물이
큰 연못으로 떨어지면 물의 순환이 끝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나가 한 번 돌아본 다음에 물고기 밥을 한주먹 던져 준다. 며칠 전에 근데
뭔가가 이상했다. 웬 지 썰렁한 느낌…
분명 뭔가가 일어났다. 다르다… 중간 연못에 아무런 움직이는 생명체가 없다. ‘설마’라고 생각 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함께 사는 딸과 얘기해본 후에 ‘너구리가 와서 공격하여 빨간 물고기 두마리를
흔적도 없이 먹었구나.’라고 결론을 지었다.

며칠 동안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아렸다. 나와 직접 얘기를 나눈 적도 없고 접촉한 적도
없는 한낱 애완용 물고기에 불과한데도 왜이리도 마음이 언짠고 외로와 지는 지… 한 물에서
지내던 작은 물고기들도 다 잡혀먹힌 줄 알았는데 이제야 슬 슬 나와서 돌아다닌다.
우리 집에 이사와서 바로 함께 살기 시작한 개 두마리 ‘헤이’와 ‘하우이’는 이제 열세살이다. 눈가의
하얀 테두리가 할아버지 임을 말해준다. 개들의 평균수명이 10-15세라고 한다. 십년 넘게 함께
지내면서 만져준 정 때문에 언젠가 헤어져야함이 남일 같지 않다. 내 딸은 맘 준비를 슬 슬 한다고
했다. 앞으로의 이별을 위해서…
어제 카톡으로 막내동생이 엄마가 환하게 웃으시는 사진을 올렸다. 진한 자주색 바탕 속에 작은
꽃무늬가 있는 쟈켓에 하얀 니트 블라우스를 받쳐 입으셨다. 안경속으로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는
눈매를 갖고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우리엄마는 92세이시다. 아직도 일산에서 혼자 사신다.
유난히도 독립심이 강하신 엄마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고 병원에 정기진찰을 92세까지
택시타고 혼자 다니셨다. 우연히 이것을 알게된 막내가 하루 병가를 내서 엄마를 모시고 다닌다.
점심사드리고 병원의 진찰일을 봐주니 행복하셔서 환하게웃으시고 그는 이 것을 잘 포착하여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한달 전에 엄마가 양평에 사는 동생집을 방문하시곤 ‘이것이 장거리 방문의
마지막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얘기를 듣고는 그 날 밤에 한국에가는 비행기 표를 사기로
결정을 했다.
엄마의 ‘당수치’가 얼마이고 ‘혈압’이 얼마이고가 문제가 아니고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 동생은 엄마의 컨디션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의 건강상태가 위태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날 갑자기 슬픈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그
경우를 대비해서 각종 상황에 대해서도 머리 속에, 그리고 메모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와 다른가?
나의 막내동생은 아마도 엄마의 ‘영정사진’을 생각하며 엄마의 웃는 컷들을 멋있게
찍어보았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나는 감상적으로 물고기의 죽음과 언젠가는 가시고 말 ‘엄마”라는
존재의 상실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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