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나는 만삭이 되어서 다니는 여자를 보면 걱정이 된다

지금도 나는 만삭이 되어서 다니는 여자를 보면 걱정이 된다. 어떻게 아기가 나오는 정확한
때를 맞추어 준비할 것인가. 왜냐하면 나를 되돌아 보기 때문이다. 세 번을 출산했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그것이다. 첫 번째는 2주가 지나도록 아기가 나오지 않자 의사가 유도분만을
하자고 권해서 따랐고, 두 번째는 예정일이 추석날이라 하루 먼저 유도분만하여 낳자는 의사
편을 들어주었고, 세 번째는 쌍둥이라서 한 달 전에 조기분만을 해버렸다.
나의 임신이 시댁과 친정 양쪽 가문에 전혀 없는 쌍둥이임을 알고서 우리는 세브란스를
분만장소로 결정하였다. 시설이 좋은 큰 병원인데다가 기독교 정신에 자원봉사자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매번 정기검사를 갈 때마다 궁금한 것이 많이 있었지만 의사가 항상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루었다. 적당한 때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약속된 정기검진에 갔더니 내 담당의사가 없다고 다른 의사를 연결해주었다.
좀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이 시점에서 병원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양수가
쏟아져서 병원에 갔다. 나는 나를 담당했던 의사가 없으므로 잠시 방치되었는데 다행이도
무사히 쌍둥이를 분만했다. 애기들을 일주일 인큐베니터에 남겨놓고 퇴원하면서 그 경험이란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기대하고 생각한 것에 미치지 못한 진료 서비스를 받았기 때문인
것이다.
아플 때 가는 장소는 쉬운 곳이 아니다. 주사를 생각만 해도 몸이 오그라드는 데다가 치료비가
얼마나 될 지 주머니 사정이 신경쓰인다. 게다가 치과는 드릴링 소리까지 상상되는 반갑지 않은
장소이다.
치과대학의 한 선배가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었듯이 환자들을 대하길 원한다고
말했을 때 정말 그리할 수 있을까 내심으로 되물었다. 내가 지금 같이 얘기하고 있는 이 분이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친구이라면, 이웃이라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겠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치과의 모든 장비와 인력이 질좋은 서비스를 알맞는 비용으로 받을 수 있도록
이용되길 원한다는 그 선배의 말에 적극 동조했다. 새치과에 투자된 시설들이 비싸겠구나라는
선입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편하고 유익하구나 느끼고 친근감이 들면 좋겠다.
“빨리빨리”는 한국인을 대하는 외국인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다. 어렵게 살았던 우리의
과거의 경험은 눈에 보이는 경제적 안정으로 생활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오래참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기 보다는 빨리 빨리 끝장을 보고 싶게 만든다. 멀리 보는 긴
안목으로 치료계획을 세우고 지금의 가장 필요한 것, 내년에 해결할 것, 5년 후에… 이렇게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아쉽다.
미국에 와서 배워서 아이들에게 하는 말, 도움이 필요할 때 엄마가 항상 네 옆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나는 이말을 참 좋아한다. 이 말이 그대로 환자들에게 적용되면 좋겠다. 항상
도움이 되는 필요한 치과의사이고 싶다.

김 장 숙 <시네마 덴탈케어 원장> Tel. (661) 25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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